“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행복하더라구요.”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빛초등학교에서 만난 최진숙 씨(62)는 올해로 4년째 활동 중인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이다.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는 소정의 교육을 마친 여성 어르신들이 유아교육기관을 찾은 유아들에게 우리의 옛 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며 유아·초등학생에게 전승하고 세대간 문화적 연대감을 제고하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사업이다.
지난 2009년부터 대구·경북 지역에서 1기 30명 선발로 시작해 현재 30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7800여 개의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진숙 씨. 오후 1시 50분, 아이들과 마주할 시간이 되어가자 연신 따뜻한 눈길로 아이들 한명 한명을 바라보며 이야기 준비에 한참이다.
지난 3년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만 이야기할머니로서 아이들과 만났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한빛초 돌봄교실에서도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의 유아교육기관에서는 20분간 진행됐던 이야기 시간이 초등학교에서는 40분으로 늘어났는데, 인사와 이야기를 전하는 20분과 아이들의 창작 활동 20분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처음으로 늘봄학교 수업을 하게 됐거든요. 이번이 두 번째로 아이들을 만나게 됐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어도 유치원 7세 아동과 비슷하더라고요. 어린이집에서 만났던 아이가 여기 초등학교에도 와 있어서 친밀감도 있고, ‘이야기할머니 맞죠?’라고 물어보는 아이들도 있어요.”
최진숙 이야기할머니는 이야기를 전하는 언어적 소통에선 남다른 자신감을 갖고 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년 간 학생상담을 진행하면서 쌓아온 그만의 많은 시간들은 오늘날 이야기할머니로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학생 상담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 함께 상담을 하던 분이 이야기할머니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지원했더니 한 번에 바로 선정됐죠.”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옛날 옛날에’를 속삭이던 살가운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이야기할머니 사업의 취지처럼, 최진숙 씨는 아이들이 거리낌없이 달려와 안기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누워서 들어도, 옆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들어도 저는 괜찮아요. 너무 위험한 장난만 아니면 가만히 두는 편이죠. 아이들이 ‘이 시간에는 자유롭게 듣고 활동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요. 아이들에게 편안한 시간을 만들려고 하는 편이에요.”
지난 주 들려준 ‘요건 내 떡’ 전래동화 이야기를 기억한 한빛초 돌봄교실 아이들. 이날 이야기할머니를 보자 “요건 내떡 할머니 오셨다~”며 우르르 이야기할머니 곁으로 모였다. 이렇듯, 아이들이 푸근하게 껴안을 수도 있고 마음대로 해도 꾸짖지 않고 토닥여줄 수 있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으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최진숙 씨는 말했다.